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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익스플로러의 퇴장

by lolohong 2025. 7. 17.

1995년,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 95 운영체제에 맞춰 새로운 웹 브라우저를 세상에 선보였습니다. 그것이 바로 인터넷 익스플로러(Internet Explorer, 이하 IE)였습니다. 오늘은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퇴장에 대해 소개할 예정입니다.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퇴장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퇴장

 

시작은 혁신이었다 – 인터넷의 창을 연 브라우저


이 브라우저는 당시 막 성장하던 인터넷 세계에 ‘창을 열어준 도구’로 불릴 정도로 상징적인 존재였습니다. 처음에는 ‘넷스케이프 내비게이터’라는 브라우저가 주류였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운영체제에 IE를 기본 탑재하는 전략으로 빠르게 시장을 장악했습니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까지, IE는 인터넷의 표준이었습니다. 웹사이트를 만든다면 IE에서 제대로 보이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했고, 많은 사이트는 아예 ‘IE 전용’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만큼 독점적 영향력이 강했고, 전 세계 브라우저 점유율이 한때 90%를 넘어설 정도였습니다. 국내에서는 액티브X 기반의 공인인증서 시스템이 IE에 최적화되면서, 인터넷 뱅킹부터 정부 민원 사이트까지 모두 IE 사용이 사실상 강제되기도 했습니다.

 

IE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인터넷이란 이런 것이다’라는 경험을 제공한 최초의 창구였습니다. 즐겨찾기 기능, 마우스 제스처 확장, 탭 브라우징 등 지금은 당연한 기술들도 IE 시절의 발전 흐름 속에서 등장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IE를 통해 처음으로 이메일을 보내고, 블로그를 만들고, 채팅을 하고, 정보를 찾았습니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IE는 단지 브라우저가 아니라 인터넷 대중화의 상징물로 작용했습니다.

 

느림과 불편의 대명사 – IE의 쇠퇴는 예고되어 있었다


하지만 한때의 절대강자도 시대의 변화 앞에선 무너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IE는 점차 느려졌고, 업데이트 주기도 느슨해졌으며, 웹 표준을 따라가지 못하는 기술적 결함이 쌓였습니다. 사용자는 웹사이트가 ‘깨진 화면’으로 뜨는 경험을 반복하면서, 다른 대안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등장한 것이 파이어폭스, 크롬, 사파리 같은 신흥 브라우저였습니다.

 

특히 2008년 등장한 구글 크롬은 가볍고 빠르며, 확장성과 호환성이 뛰어나 사용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크롬은 웹 표준을 적극 따르면서도 개발자 친화적인 구조를 갖추고 있었고, 자바스크립트 처리 속도에서 IE를 압도했습니다. 반면, IE는 여전히 액티브X라는 고유 기술에 의존했고, 최신 CSS나 HTML5 기능에서의 호환성은 형편없었습니다. 결국 IE는 호환성 문제로 인해 신뢰를 잃게 되었고, 개발자들도 더 이상 IE를 기준으로 웹사이트를 만들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보안이었다. IE는 악성코드에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었고, 해킹 사고가 이어졌습니다. 업데이트가 드물고, 사용자 경험 개선이 늦어지면서 기업과 공공기관마저 다른 브라우저를 병행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2010년대 중반이 되면 이미 많은 사용자는 크롬이나 사파리로 갈아탔고, IE는 점점 ‘필요할 때만 쓰는 브라우저’로 밀려났습니다. 그 사용 이유조차도 ‘공인인증서 때문에’, ‘구형 사이트 접속용’이라는 변명에 가까웠습니다.

 

‘레거시의 전설’로 남다 – 끝났지만 완전히 끝나진 않은 이야기


2022년 6월 15일, 마이크로소프트는 공식적으로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지원을 종료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사실상 IE의 ‘죽음’을 선언한 셈입니다. 물론 기업용 환경에서 여전히 구형 시스템을 쓰는 경우가 있어 ‘IE 모드’를 마이크로소프트 엣지(Microsoft Edge)에서 일부 지원하지만, 공식적인 브라우저로서의 생명은 완전히 끝났습니다. 27년간의 긴 여정이 막을 내린 것입니다.

 

그러나 익스플로러는 단순히 사라진 기술이 아니라, 전 세대를 관통한 문화의 일부로 기억됩니다. 지금의 30~50대에게 IE는 단지 브라우저가 아니라 인터넷의 시작점이었습니다. 학창시절 과제 자료를 찾던 검색창,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접속하던 도구, 포털 메인에 접속해 오늘의 뉴스를 읽던 그 브라우저가 바로 IE였습니다. 그만큼 많은 개인의 추억과 경험이 IE와 함께 얽혀 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IE가 사라진 이후에도 각종 ‘밈’이나 ‘추억 콘텐츠’에서 꾸준히 언급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느리게 뜨는 로딩 화면, ‘응답 없음’ 창, "보안 경고 창이 5개 뜨는 현상"은 IE를 경험한 세대만이 공감하는 유머이자, 아날로그적인 디지털 감성의 잔재입니다. 이젠 더 이상 실사용은 없지만, IE는 ‘기술의 유산’, ‘디지털 진화의 이정표’로 남았습니다.